초등학교 시절 집 근처 공원에서 우연히 털매미 우화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 곤충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시절 애벌레에서 어른벌레로 변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으나, 사진 기술의 부족으로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전 한간변에서 말매미 우화하는 모습을 발견하여 거의 20년만에 드디어 우화하는 모습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습니다.
(http://hojae.net/548, http://hojae.net/549)

2011년 비가 많이 내린 어느 날 밤, 퇴근 하던 중 회사 근처 아파트 앞 나무에 무수히 매달려 있는 하얀 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온 다음 구절이 절로 생각났습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금을 뿌려놓은 듯 흐드러지게 핀 꽃은 다름 아닌 우화한 매미 날개였고, 어두운 밤에 빛나던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비가 온 후에는 땅이 물러지기 때문에 땅속에 애벌레가 나오기가 쉬워져 평소보다 더욱 많은 개체가 우화를 하게 됩니다.)

참매미 암컷의 우화 모습입니다.
 

땅속에서 우화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온 참매미 애벌레입니다. 우화할 장소를 결정하면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다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합니다.
우화를 일단 시작하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세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화하다 땅으로 떨어진다면 날개를 제대로 펼수가 없어 죽게 되기 때문입니다.
밤이나 새벽에 우화를 보통 하는데, 온도가 높을 때 우화를 하면 날개를 다 펴기 전에 굳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21시 30분 드디어 등이 갈라지면서 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1시 34분 부르 부르 떨면서 가슴 부분을 계속 빼냅니다.

21시 37분 머리 부분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21시 38분 머리가 나왔습니다.

21시 39분 더듬이도 다 나왔고 다리를 뺄 차례입니다.

21시 42분 앞 다리 먼저 빼내고 있습니다.

21시 46분 주름으로 접혀져 있는 날개가 빠져 나왔습니다.

21시 49분 앞 다리는 모두 뺐고 다음 다리들을 빼고 있습니다. 울음판이 작은 것을 보니 암컷입니다.

21시 51분 다리를 빼기 위해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취합니다.

21시 55분 다리 6개가 모두 빠져 나왔습니다.

21시 58분 다리를 몸통쪽으로 붙이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22시 4분 날개에 혈액이 공급되면서 조금씩 커집니다.

22시 11분 날개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몸통을 일으켜 세웁니다.

22시 11분 애벌레 허물을 붙잡은 후 배 부분을 빼고 있습니다.

22시 12분 날개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22시 12분 애벌레 허물에서 몸을 다 뺐습니다. 배 끝쪽에 암컷 특유의 산란관이 보입니다.

22시 14분 날개가 계속해서 펴지고 길어집니다.

22시 16분 날개가 펴지면서 날개색이 불투명한 하얀색에서 반투명으로 변합니다.

22시 16분

22시 20분 날개가 거의 다 펴졌습니다.

22시 28분 날개가 다 펴졌습니다. 뒷다리를 나무가지에서 떼어 냈습니다.

22시 52분 날개를 어느 정도 말린 뒤 몸쪽으로 붙입니다. 날개가 다 마르지 않아 우글우글한 모습이 보입니다. 앞다리로만 몸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22시 59분 정면에서 본 모습입니다.

23시 52분 한시간 정도 지난 후 날개가 빳빳해 지고 투명으로 바뀌었습니다.

23시 52분 모든 다리로 몸을 고정한 후 온 몸을 말리기 시작합니다.

몇시간 후 몸과 날개가 단단하게 되고 몸색도 진하게 변하게 됩니다.
이제 최대 2주 정도 살면서 수컷이 암컷을 구애하기 위해 내는 소리를 찾아가 다음 세대를 낳을 것입니다.

이 사진을 찍던 날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수컷 말매미의 우화를 본 것도 좋았는데, 암컷 말매미의 우화도 곧이어 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땅속에서 구멍을 뚫고 나오는 장면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22시 7분 땅속 구멍을 뚫고 매미 애벌레가 나오고 있습니다.


23시 2분 등껍질이 갈라지면서 우화가 시작됩니다.


23시 10분 등껍질이 많이 벌어져 있습니다.


23시 11분 옆에서 본 모습입니다.


23시 14분 눈을 포함한 얼굴을 허물에서 빼냈습니다.


23시 16분 다리를 빼내고 있습니다.


23시 23분 상체를 빼내고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23시 36분 이 상태로 잠시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합니다.


23시 44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배에 울림판이 안보이는 것을 보니 암컷입니다.


23시 46분 윗몸일으키기를 하여 상체를 올린 후 꼬리를 빼내고 있습니다.


23시 47분 꼬리가 빠지는 순간입니다.


23시 48분 몸을 쭉 편 채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23시 49분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오른쪽 날개가 조금 먼저 펴지고 있습니다.


23시 51분 옆에서 본 모습입니다.


23시 58분 날개가 거의 다 펴졌습니다.


23시 58분 위에서 본 모습입니다.


다음날 0시 18분


다음날 0시 22분 펴있던 날개를 몸 쪽으로 당겼습니다.


다음날 0시 23분 몸이 단단하게 굳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퀴벌레가 구경하고 있네요.


몸이 단단해 지면서 몸 색이 진해집니다.
초등학생 시절 방과후에는 항상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곤충을 잡으며 놀았습니다.
잠자리도 잡고 풍뎅이, 매미 등도 잡았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매미 허물이 많이 붙어 있던 장소에서 막대기로 땅에 있던 구멍을 찔렀는데, 물컹하는 느낌과 함께 액체가 나왔습니다. 그 구멍들이 사람들이 지팡이나 우산으로 낸 구멍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매미 유충이 나오거나 대기하고 있던 구멍이었던 것이죠. (그때 사망한 매미 유충에게는 명복을...)

그날 이후로 매미 우화를 참 많이 관찰했었습니다. 그 공원에는 털매미가 많았고 간혹 애매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털매미 애벌레의 특성은 우화(어른벌레 되기)하기 전 지표면에 구멍을 뚫어 놓고 구멍속에서 대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날 애벌레 하나를 집에 갖고 와서 나무에 붙혀 놓았습니다. 사진으로 찍기 위해서 였죠. 마크로의 개념이 없었던 어린 시절 필름 RF(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고 어머니에게 부탁해 사진관에 맡겼습니다. 기다리던 결과물은 OTL 이었죠. RF 카메라의 특성상 피사체에 가까워 질수록 뷰파인더에 보이는 것과 실제 찍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었죠. 물론 최소 촬영 가능 거리보다도 가까워서 초점도 안맞았구요.

그러다가 며칠 전 집앞 한강변에 갔다가 우연히 말매미가 우화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이미 날개 말리기를 거의 끝날 때 쯤이었습니다. 어릴적 추억을 회상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한번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날 퇴근 후 저녁 8시반경 플래쉬와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한강변으로 갔습니다. 아차, 또 늦었습니다. 두 녀석이 우화를 거의 끝마쳤더군요. 아쉬움을 갖고 주변을 계속 두리번 거렸습니다. 제 경험으로 털매미를 제외한 다른 매미 구멍의 경우 애벌레가 있지 않고 모두 비어 있었습니다. 우화하기 위해 미리 파 놓는 것이 아니라 우화할 때 파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플래쉬를 들고 살펴 보던 도중 앗! 기어가고 있는 매미 애벌레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어찌나 기쁘던지요. 20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사진을 찍은 것 같습니다. ^^
4시간여 동안 한자리에서 서 있느라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오랜시간 매미를 비추다가 장렬히 전사한 플래쉬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전구의 필라멘트가 타서, 교체하여 부활시켰습니다.^^)


21시 5분 말매미 애벌레가 우화하기 위해 나무를 향해 기어가고 있습니다. 나무에 올라간 후 원하는 자리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신중하게 움직입니다. 늦은 시각인데 개미 한마리도 안자고 있네요.


22시 21분 등껍질이 세로로 갈라지면서 어른벌레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언제 나올지 몰라 1시간 넘게 눈아프도록 플래쉬로 비추면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


22시 23분 옆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22시 29분 등부분이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3개의 홑눈이 카메라 플래쉬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잔털이 많이 나 있습니다.


22시38분 머리가 빠져 나오고 다리와 날개 일부가 보입니다. 다리를 빼기 위해 힘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22시 47분 다리를 모두 빼고 물구나무 서기를 한채 잠시 쉬고 있습니다.


22시 50분 날개가 아직 펴지지 않아 주름져 있습니다. 복부에 크게 울림판 2개가 있는 것을 보니 수컷입니다.


23시 6분 윗몸 일으키기를 하여 다시 다리로 허물을 붙잡습니다. 그 다음 열심히 꼬리를 빼냅니다.


23시 6분 드디어 허물에서 몸을 모두 빼냈습니다. 이제 부터 날개에 피를 공급하여 쭈글쭈글한 날개를 펴야 합니다.


23시 7분 날개가 조금씩 펴지고 있습니다. 우화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날개 펴기를 하는 도중 땅에 떨어지거나 외부의 충격으로 날개가 잘 펴지지 않을 경우 개미 등의 먹이가 되기 때문입니다.(예: http://hojae.net/entry/Between-Life-And-Death)


23시 9분 오른쪽 날개가 조금 먼저 펴지고 있습니다.


23시 10분 옆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23시 13분 날개가 완전히 펴졌습니다.


11시 16분 옆에서 본 모습입니다.


23시 30분 날개가 어느정도 말라 빳빳한 모습입니다.


23시 39분 말리기 위해 평평하게 펴놓았던 날개를 몸쪽을 당깁니다.


23시 39분 옆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23시 55분 몇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몸이 단단해 지기를 기다립니다.

내일부터 수컷 말매미는 교미를 하기 위해 암컷을 찾아 노래를 부르겠지요.